하나된 바보들의 희귀난치질환자 지원결과 이야기

2014-05-14

“3500원의 기적”

3500원, 한 끼 식사를 해결하기도 어려운 적은 돈. 하지만 5만여 명이 힘을 모으자 열여섯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커다란 힘이 되었습니다.
2011년 7월 하나은행에서 출시된 ‘바보의 나눔’ 통장, 적금, 체크카드를 이용하신 고객들께서 적게는 100원, 많게는 수백만 원의 후원금을 보내주셨습니다. 이렇게 적립된 후원금은 모두 1억7000여만 원. 5만여 명이 평균 3500원씩을 보내주신 셈입니다. 여기에 재단법인 바보의 나눔에서 출연한 기금을 더해 2013년 총 1억8248만4000원의 후원금이 희귀난치병을 앓고 있는 16명의 환자들에게 전해졌습니다. 이 돈으로 그들은 병과 싸우고, 생계의 어려움을 헤쳐 나가고, 삶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키우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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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중인 우택씨. 마스크 너머로 보이는 웃음 띤 얼굴이 보기 좋았습니다.>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신체적인 고통만큼이나 괴로운 것은 바로 치료비 부담입니다. 급성골수성백혈병을 앓고 있는 임우택씨(37·남)는 다행히 항암 치료가 성공적으로 끝난 데다 기증자로부터 조혈모세포까지 이식 받아 차근차근 완치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5000만 원이 넘게 들어간 치료비와 병으로 사업을 접으면서 떠안게 된 빚이 마음의 짐으로 남았습니다.
“너무 큰 도움을 받아서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밖에 못하겠네요. 새 생명을 얻은 거니까 착하게, 열심히, 더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우택씨는 ‘하나 된 바보’를 통해 치료비 일부를 지원받으면서 한숨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그는 “주변 환자들 중에 더 힘든 사람들도 많더라.”며 “완치돼서 직장을 갖게 되면 (본인도) 꼭 후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나 된 바보’의 가장 큰 특징은 의료비뿐 아니라 약제비와 생활비까지 폭넓게 지원했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지원한 환자들처럼 난치병을 얻은 사람들은 그로 인해 경제활동을 못하게 됨으로써 수입원을 잃고,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서 다시 병이 심해지는 악순환의 굴레에 빠지기 쉽습니다. 우리는 ‘하나 된 바보’ 지원을 통해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싶었습니다.
세 아이의 아빠이자 여섯 식구의 가장인 성인기 씨(가명·34)는 궤양성 결장염이라는 희귀난치병 환자입니다. 대장 전체에 퍼진 염증 때문에 면역억제제를 맞고 있는데다 만성B형간염까지 앓고 있어, 늘 살얼음판 위를 걷듯 조심하며 살아야 합니다. 경제활동은 할 수가 없습니다.
“(발병 당시) 3~4개월 입원을 하면서 전 재산이 병원비로 들어갔어요. 지금도 적어도 4주에 한 번은 병원에 오는데 병원비는 둘째 치고 (집에서 병원까지) 교통비도 없을 때도 있거든요. 그런데 생계비까지 지원을 해주셔서 정말 현실적인 도움이 됐죠.” (성인기씨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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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양과 아버지의 모습에 보는 사람까지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세 살 때 뇌종양을 앓은 뒤 지적장애, 뇌병변장애, 시각장애를 갖게 된 열두 살 소녀 전진경양의 가족 역시 “생활고에 시달리지 않고 살아보는 게 소원”이라고 말할 정도로 어려운 살림입니다. 진경양 네에도 의료비와 생활비가 함께 지원됐습니다.
“밀려있던 집세랑 세금도 냈고, 진경이랑 다니려면 차가 꼭 있어야 하는데 자동차가 고장 난 상태여서 수리도 했어요. 진경이 옷도 사주고요.” (전진경양 아버지)

병마와 어려운 싸움을 하는 중에도 우리의 도움 덕분에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인 은선민씨(가명·32)는 후원금으로 조혈모세포 이식 수술을 마쳤습니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빛도 찾을 수 없는 캄캄한 터널 속에 있는 것 같다’고 할 정도로 힘든 싸움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식으로 인한 거부 반응과 원인을 알 수 없는 염증과 통증 때문입니다.
“사실 경제적으로 너나 할 거 없이 다 힘든 시기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후원을 해주시고, 그 혜택이 저희한테까지 돌아오게 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이렇게 좋은 분들이 계시니까, 우리 아들 반드시 일어날 수 있을 거라고 믿을게요. 고맙습니다.” (은선민씨 어머니)
선민씨 가족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병은 의사가 고치는 것이지만 환자들의 마음만큼은 우리가 안아줄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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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탕과 초콜릿이 가득 실려 있는 수진씨의 링겔대 >

“인생의 절반을 병원에서 보냈다”는 이수진씨(가명·23세). 그녀가 앓고 있는 만성가성장폐색은 장의 신경이나 근육 이상으로 연동운동이 되지 않는 병입니다. 그런데 지금도 병원에 입원해 있는 수진씨의 링겔대에는 자신은 먹지도 못하는 사탕과 초콜릿이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주변의 의사, 간호사, 환자들에게 나누어주기 위해 가지고 다니는 것이라고 합니다. 사탕과 초콜릿을 받아먹은 사람들이 답례로 다시 빈 통을 채워주는 바람에 수진씨의 사탕 통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했습니다. 후원자분들의 도움을 받은 수진씨가 주변 사람들에게 사탕을 나누어주고, 그 사탕을 받은 사람들이 더 많은 사탕으로 보답하는 모습. 작은 나눔이 또 다른 나눔을 불러 점점 더 풍요롭고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풍경이 참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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