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두리모의 홀로서기 이야기

2014-03-19

“따가운 손가락질 대신 잡을 수 있는 손을 내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작 6개월의 직업교육이 한 사람의 인생을 얼마나 바꿀 수 있을까?’
2013년 직업교육에 참여한 두리모들을 만나러 가는 길, 이런 의문이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이태백’, ‘삼포족’이라는 말이 유행할 만큼 일자리 구하기가 힘든 시대. 특히나 두리모들은 학업을 중단한 경우가 많은데다 사회의 비뚤어진 시선과도 맞서야 하니까요.
그런데 그 때, 선영 씨(가명·20)가 우리 앞에 나타났습니다. 지난 해 9월 처음으로 비누공예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선영 씨는 어느새 ‘대표’ 명함을 가진 어엿한 비누 공방 사장님이 되어있었습니다.
“감사하게 도로공사에서 납품도 받아주시고, 여기(미혼모자시설) 연계된 곳에서 강의도 들어오고 있어요. 올해에는 홍보도 (적극적으로) 하고 제대로 해볼 생각이에요.”

ac611256d4bcd.jpeg

<선영 씨의 비누 작품>

9개월 된 아들을 키우고 있다는 선영 씨는 이제 갓 스무 살. 연예인 연습생이 아닐까 생각될 만큼 예쁜 얼굴에 웃음 섞인 표정, 자신의 생각을 대차게 말하는 태도에서 전혀 짐작하지 못했는데, 그런 선영씨도 직업 교육 이전에는 미래를 걱정하며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한 명의 ‘미혼모’였다고 합니다.
“직업도 없고, 정말 만 원짜리 한 장 없다고 해야 될 만큼 어렵게 지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일을 하게 되니까 부지런해지고 우울증도 나아졌어요.”
얼굴만큼 마음씨도 예쁜 선영 씨는 “(공방으로) 돈을 많이 벌어서 우리 공방 이름으로 여기(미혼모자시설) 후원자가 되고 싶어요”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보는 사람의 얼굴에도 절로 미소가 떠오르게 하는 그런 웃음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만난 모든 두리모들이 이렇게 창업이나 취업에 성공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아직 교육을 받고 있거나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에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직업 교육의 성과가 없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만난 두리모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자신감을 되찾고 미래를 그리기 시작한 것만으로도 큰 성과이기 때문입니다.
“학교 다닐 때, 저도 친구들처럼 이것저것 배우고 싶었는데 돈이 없어서 못해봤거든요. 그런데 여기 와서 이것저것 배우다 보니까 ‘아, 나도 세상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21개월 된 딸을 키우고 있는 지은 씨(가명·21)는 지적장애 3급입니다. 일찍 아버지를 여읜데다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면서 마음의 상처가 컸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런 그녀도 이제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가져봅니다. 미래를 그려봅니다. 힘이 들 때마다 딸아이를 꼭 껴안으며 “나도 새 출발 할 수 있다”고 되뇝니다. 그녀가 다시 힘과 용기를 되찾는 데 직업교육이 도움이 되었음은 두 말 할 나위 없겠지요.

37909fbbe83cb.jpeg

<이력서 쓰기 교육>

돌배기 아들을 키우는 현주 씨(가명·18)는 벌써 컴퓨터 자격증을 세 개나 땄습니다. 그녀는 지금도 첫 자격증을 받던 날을 잊지 못한다고 합니다.
“제가 중졸인데요. 이젠 누가 (학력을) 물어보면 자격증이라도 있으니까 그게 너무 좋아요.”
광주에 위치한 인애복지원의 한경희 사회복지사 선생님의 말씀은 우리가 두리모들에게 해준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짚어줍니다.
“이 아이들이 일자리를 구할 때, PC방, 편의점, 서빙 외에는 생각을 못해요. 혹은 유흥업소로 빠지게 되는 경우도 있고요. 그런데 이런 교육을 받게 되면서 세상에 다양한 직업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새로운 꿈을 꾸게 되는 거죠.”

세상과 새로운 소통을 시작한 이도 있었습니다. 수은 씨(가명·19)는 어린 시절 어머니의 가출과 아버지의 자살을 경험했습니다. 기초수급자인 할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랐고, 야간 아르바이트를 다니던 중 낯선 사람에게 성폭행을 당해 아이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에 대한 불신과 원망이 없을 수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피부관리사 자격증 취득을 위해 공부하고 있다는 그녀는 이렇게 말합니다.
“피부를 만지는 일이다보니, 사람과 사람이 소통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처음엔 많이 힘들었지만 이제는 이 일이 제 적성이라는 생각이 들고, 일을 하면서 미래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어서 좋아요.”

직업교육이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결과를 낳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아이의 입양을 고려하던 혜영 씨(가명·20)는 직업교육을 받으며 아이를 직접 양육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임신 중에는 아이를 지우려고도 하고, 입양 보내거나 고아원에 보내는 것도 생각을 했었는데 마음이 바뀌었어요. 다른 언니가 혼자서도 아이를 낳고 키우는 걸 보니까 ‘나라고 왜 못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예전엔 아무 것도 할 줄 아는 게 없었는데 지금은 자격증이 두 개나 되니까 (더욱) 자신감이 생겨요.”
기분 좋은 선순환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입양을 고민하던 같은 시설의 한 엄마가 혜영 씨 덕분에 용기를 얻어 아이를 직접 키우게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048def11f4747.jpeg

<두리모들의 네일아트 작품>

하지만 아직 우리에게는 많은 숙제가 남아있습니다. 힘들게 용기를 내어 세상으로 나선 두리모들이 사람들의 편견으로 인해 다시 상처받고 주눅 드는 일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함께 교육받는 엄마들과 서로의 손톱에 연습을 해보았다며 샛노란 손톱을 내밀고 ‘헤헤헤’ 소리 내 웃던 은정 씨(가명·19). 언제 가장 힘든지를 묻자 아이와 함께 버스를 탔던 기억을 꺼내며 표정이 어두워졌습니다.
“손가락질 당할 때가 제일 힘들죠. 버스 타면 ‘애 엄마가 엄청 어려보이네’ 그러면서 수군거려요. ‘직업은 뭐냐’ ‘본인 애기 맞냐’ ‘앞으로 어떻게 키우려고 그러느냐’ ‘말세다’ 대놓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그들은 미혼모, 리틀맘, 두리모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립니다. 그리고 세상은 그들을 문젯거리, 혹은 고민거리로 여깁니다. 하지만 우리가 만나본 그들은 거울을 보며 미래를 꿈꾸고 아이를 보며 힘을 내는 지극히 평범한 한 명의 여자, 한 사람의 엄마였습니다.
“지금도 아버지는 아이를 입양 보내라고 하세요. 하지만 아이가 나중에 입양아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상처받게 될까봐 싫어요. 제가 완벽한 엄마는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꼭 제가 직접 키우고 싶어요.” (선영 씨)
“(같은 시설의) 엄마들하고 미래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해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우리 아이들 어린이집은 어디로 보내면 좋을까. 그런 것들이요.” (은정 씨)
“처음엔 (네일아트) 실습 나갔을 때 사람이 너무 많은 게 무서워서 혼자 울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젠 애 엄마니까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서 힘을 냈어요.” (혜영 씨)

반년의 사업기간과 123명의 교육 인원. 우리가 가야할 길에 비하면 우리가 일궈온 것은 어쩌면 너무 작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가 누군가에게 손가락질하는 나쁜 손 대신 잡을 수 있는 따듯한 손을 내밀었다는 사실이고, 그것이 그들의 삶을 의미 있게 바꿔가고 있다는 사실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교육에 참여한 한 두리모가 여러분께 남긴 말을 전합니다.
“저는 아는 것도 아무 것도 없고, 거의 백지나 다름없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 위에 무언가 하나씩 써나가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요. 이런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재)바보의나눔

주소 서울시 중구 명동길 74 천주교서울대교구청 신관 5층 

고유번호 201-82-06995 | 대표 구요비

전화 02-727-2506

이메일 babonanum@babo.or.kr

후원안내 계좌 

우리은행 1005-102-106434

예금주: (재)바보의나눔

© Babonanum by 재단법인 바보의나눔. All Rights Reserved.

(재)바보의나눔


주소 서울시 중구 명동길 74 

천주교서울대교구청 신관 5층 

고유번호 201-82-06995 | 대표 구요비

전화 02-727-2506

이메일 babonanum@babo.or.kr

후원안내 (일시후원 / 정기후원)


바로가기


© Babonanum by 재단법인 바보의나눔. All Rights Reserved.